‘빵플레이션’ 3년 새 베이글 44% 상승, 소금빵 3000원대 돌파
최근 베이커리 업계에서 빵값 인상 현상이 심화되며 ‘빵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베이커리 시장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베이글과 소금빵 등 인기 품목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글 가격, 3년 만에 44% 상승
KCD의 조사 결과, 2025년 상반기 기준 베이글의 중위가격은 4,400원~4,900원으로, 2022년 6월 대비 44% 상승했다. 이는 분석 대상 10종의 빵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수치다. 이어 샌드위치는 32%, 소금빵은 30%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소금빵의 경우 2022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2천 원대 초반에 형성된 매장이 많았으나, 이후 꾸준히 인상되어 현재는 대부분의 매장에서 3천 원~3천500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 물가가 크게 높아진 셈이다.
빵값은 오르지만 제과점의 수익성은 악화
흥미로운 점은 빵값 상승이 제과점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KCD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베이커리·제과점’ 업종의 월평균 매출은 약 907만 원으로, 최근 2년간 지속적인 하락세 끝에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이는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등 고정비 상승이 매출 증가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다방·커피숍·카페’ 업종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월평균 매출액은 약 724만 원으로, 큰 변동은 없으나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결국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부담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빵플레이션의 원인과 소비 트렌드 변화
빵 가격 급등의 근본적 원인은 원재료비 상승에 있다. 밀가루, 버터, 달걀 등 주요 재료의 국제 시세가 오르고 환율 변동이 이어지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프랜차이즈 중심의 시장 재편이 더해지며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또한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단순한 간식이 아닌 ‘작은 사치’ 개념의 프리미엄 베이커리 소비가 늘면서 고급 재료와 독특한 콘셉트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로 인해 소금빵, 베이글, 크루아상 등 트렌디한 제품군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빵플레이션의 지속 가능성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6월 대비 2025년 8월의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9.4% 상승했다. 그러나 베이글, 소금빵, 샌드위치 등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가격이 상승해 향후 인상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경제 유튜버 ‘슈카’가 진행한 990원 소금빵 이벤트가 일주일 만에 중단된 사례는 이 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가 이벤트가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국내 빵 가격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운 것이다.
결론
베이글 가격 상승과 소금빵 가격 인상은 단순한 물가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원자재비, 임대료, 노동비용, 소비자 취향 등 다양한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빵플레이션’이라는 단어 속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베이커리 업계의 변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와 업주 모두 현실적인 가격 정책과 효율적인 경영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