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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에 국내 최초의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가 정식 개업했다. 일반 약국과는 전혀 다른 구조와 운영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약사 사회에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약국은 현재 의약품 유통 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약국과 창고형 약국 비교
구분 | 기존 약국 | 창고형약국 (메가팩토리) |
운영 방식 | 상담 위주, 약사가 직접 추천 | 소비자가 직접 선택, 약사가 순회 상담 |
매장 구조 | 소규모, 카운터 중심 | 대형 매장, 진열 상품 중심 |
제품 선택 | 약사가 권장하는 방식 | 소비자가 자유롭게 고름 |
품목 수 | 제한적 (수백 개 수준) | 다양함 (약 2,500종) |
가격 | 고정된 가격, 다소 높은 편 | 일부 품목은 저렴하게 제공 |
복약지도 | 카운터에서 상담 중심 | 매장 내 순회하며 설명 제공 |
전문의약품 | 일부 취급 | 전문의약품은 취급하지 않음 |
소비자 경험 | 약사 중심의 일방향 상담 | 소비자 주도형 경험 중심 |
계산 방식 | 약사가 직접 계산 | 복약지도 후 셀프계산대 이용 가능 |
약 130평 규모의 매장은 일반 약국과 달리 고객이 직접 카트를 끌며 의약품을 고르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현재 2,500여 종의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제품을 효능군별로 구분된 진열대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매장 내에서 돌아다니는 약사에게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셀프 계산대를 도입했지만, 복약설명을 받은 후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일부 품목은 일반 약국 대비 1,000원에서 2,500원가량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약사들의 우려와 반대 입장
창고형약국의 출현에 대해 대한약사회와 지역 약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첫 번째 우려는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이다. 소비자가 직접 의약품을 고르는 방식은 전문 상담 없이 구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복용 실수나 중복 복용 등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가격 경쟁 문제다. 일반 약국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의약품은 결국 주변 약국들의 매출 하락과 생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약국이 대형 유통 구조에 편입되면 소규모 동네 약국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약사의 전문성 훼손이다. 약사는 단순 판매자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복약지도를 제공하는 전문가이지만, 창고형 약국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전문성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가격 비교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메가팩토리 측의 입장과 반론
이와 반대로 메가팩토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측은 현시대의 소비 패턴과 정보 접근성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늘날 많은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의약품 정보를 스스로 검색하고 판단하며, 단순히 약사의 지시에 따라 의약품을 소비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메가팩토리는 전문의약품을 취급하지 않으며, 복약지도를 위한 인력도 충분히 배치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약국이 카운터에서 대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곳은 약사가 매장을 직접 순회하며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적극적인 복약지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격 경쟁은 단지 약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태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약국도 유통 구조와 소비자 경험 중심의 환경으로 전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약국 운영 모델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 중심 약국 모델의 가능성과 과제
창고형약국은 단순히 약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가 건강 정보를 편리하게 접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약국이 단순한 의약품 제공처를 넘어서, 서비스와 정보 중심의 공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다만 이 모델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복약지도 체계의 강화, 전문의약품과의 명확한 구분, 약사의 역할 재정립, 그리고 유통 공정성 확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결론
메가팩토리 창고형 약국의 등장과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약국 개업이 아닌, 국내 약국 운영 방식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통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 중심의 흐름 속에서 약국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창고형 약국이 미래형 약국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일시적인 실험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제도 정비와 사회적 수용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약국 시스템에 대해 소비자와 약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